요새는 일을 잘 나누는 법, 똑똑하게 협업하는 법의 연장선으로 "내가 시니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까?"를 자연스레 고민하게 됩니다. 어쩌면 주니어에서 시니어의 단계로 넘어가는, 중니어가 무조건 한번은 하게되는 고민일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제현주 님이 쓰신 <일하는 마음>이라는 책을 읽다, '임파워링'이란 단어에 꽂혔답니다.
임파워링, 한국어로 꼭 맞는 단어로 떨어지기 어려운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업무를 하는 데 있어 주니어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조직에서는 왜 필요한 것일까요?
상대를 임파워링하는 강력한 문장,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임파워링 empowering은 한국어로 그대로 직역하기에는 딱 맞는 단어를 찾지 못했는데, 말 그대로 상대에게 힘을 실어주는 거에요. 일을 하는 데 있어 책임과 자율을 함께 얹어주는 거죠. 함께 일하시는 분이 임파워링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아요.
- 상대를 임파워링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 음..잘 모르겠어요.
- "ㅇㅇ님, 내가 무엇을 하면 될까요?" 라고 물어보는 거에요. 그 말 자체로 힘을 가지는 거에요.
처음에는 이 말이 바로 와닿지 않았는데, 이후 곱씹을 수록 다양한 과거 경험을 떠올리게 됐어요.
비록 학생이지만, "네가 이 논문을 이끄는 1저자니, 너의 생각은 어때?" 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막 학교를 졸업한 주니어 시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시니, 알려주세요. 어떻게 하는게 가장 좋을까요?" 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리고 떨리는 PT 후 부장님, 상무님으로부터 "자네 생각은 어떤가?"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초반에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땐 "이걸 왜 나한테 묻지? 의견을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당혹스러움이 컸어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저의 의견, 새로운 아이디어, 앞으로의 방향성, 예상되는 난관 등등을 술술 말하는 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준비를 많이 하면 할수록 목소리엔 자신감이 묻어났었어요. 비록 그것이 예상한 훌륭한 답변, 뾰족한 답변이 아닐 지라도 공이 여기서 저기로 넘어가는 중요한 문장인 것이죠.
임파워링이라는 열쇠를 쥐어주기 🔑
다양한 문들이 있고, 이 중 우리가 들고 있는 열쇠로 어떤 문을 열어야 하는지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주니어인 저에게 이 해답을 리서치하는 과제가 주어졌고, 약 2주간 열심히 준비해서 약 40분 정도의 PT를 완성해갑니다. 상급자가 되는 분은 저의 발표를 듣게 되겠죠.
잠자코 발표를 듣던 상사가 저에게 열쇠를 쥐어주면서 말합니다.
고생 많았어요. 쿼카님이 한번 직접 열어볼래요?
임파워링은 상대에게 열쇠를 쥐어주는 행위입니다. 업무지시나 격려, 피드백의 영역이 아니에요. 어떤 문을 열면 좋을지에 대한 업무는 누구나 지시할 수 있습니다. 발표가 얼마나 논리적이고 설득력있는지 피드백도 줄 수 있죠. 여기까지는 업무 지시와 격려의 영역입니다. 진정한 임파워링은 그 사람에게 열쇠를 쥐어주게 하느냐, 본인이 쥔 열쇠를 놓지 못하냐의 차이에서 드러나요. 아무리 발표가 설득력있고 좋아도, 상대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일일이 문을 하나씩 열어봅니다.
이 다양한 문들 중 어떤 문을 열어야하냐? 라고 했을 때, 사실 그 문제를 가장 많이 고민하고 들여다본 사람은 프로젝트를 준비한 사람입니다. 비슷한 문제들을 많이 마주했을 순 있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 아무도 그 정도의 깊이로 들여다보진 않았을 거에요. 그러니 어떤 문을 열어야 하는지는 제가 잘 알 확률이 높습니다. 앞선 저의 경험에서, 발표를 듣고 저의 생각을 물어보신 상급자 분들은 그걸 사실을 모두 알고 계셨던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의 생각을 되물어 보셨던 것이죠.
임파워링 받고 쑥쑥쑥 자라나기 🌱
시니어가 주니어의 의견을 묻는 행위는, 방향을 알려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배움을 선사합니다.
우선 업무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정말 큰 프로젝트의 책임자, 매니저라는 직함을 달지 않더라도, 내가 맡은 과제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되는 것이죠. '내 것'이라는 감정은 생각보다 직장에서 매우 소중합니다. 나의 손을 거친 작업물, 의사결정과정들은 결국 내가 다시 보았을때 떳떳하고 자랑스러워야 합니다. 그만큼 더 들여다보고 공들여 작업하는 대상이 돼죠. 일례로 에어비앤비의 디자이너를 향한 지침 중에는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으면 출시하지 않는다"는 항목이 있기도 합니다. 주인의식과 장인정신의 콜라보랄까요!
더불어 스스로 알고 있는것과 모르는 것들을 더 확실히 하는 계기가 되어요. 저의 의견을 되물어보시는 분들께 사실 그렇게 똑부러지게 대답하지 못한 날들도 많았지만, 오히려 상태를 빠르게 알아채는 계기가 되었죠. 그럴땐 "아직 온전히 소화를 못한 것 같다. 내용을 조금 더 보충해서 한번 더 이야기드려도 괜찮겠냐?"고 했어요. 그렇게되면 저의 상사들도, 저도 현 상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죠. 앞으로 해야할 일이 명확해지는 거에요.
이렇게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고 주니어를 쑥쑥 키우는 임파워링을 잘 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이번 글에서는 임파워링을 받은 사람, 주니어의 입장에서 글을 써봤어요.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글이었어요. 다음 글에서는 임파워링을 주는 사람, 시니어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