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글감으로 '취향'에 꽂혀서, 가장 최근의 경험이었던 방콕에서 만났던 내 취향과 꼭 맞는 것들을 떠올려보고자 한다.
(지난 주보다는 몸이 많이 나아져서, 이제 그걸 하나씩 꺼내보면서 자랑할 기력이 생긴 것 같다 ㅎㅎ)
바이욕 스카이 호텔 전망대: 엄마랑 떠들던 아주 시시콜콜한 대화들
그야말로 모든 순간이 완벽했던 84층 전망대. 아마 맑은 날이 보장된 날 방콕 여행을 한다면 주저없이 이 전망대를 추천할 것 같다. 바이욕 스카이 호텔은 사실 원래 가장 높은 전망대였지만, 마하나컨 전망대의 등장으로 2인자가 되어버린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를 더 추천하고 싶은 이유 첫번째는 야외라서 사진이 아주 깔끔하게 잘나오고 무려 시원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전망대가 360도 돌아간다! 이걸 모르고 갔다가 깜짝 놀랐지만, 이내 적응했다. 원래는 빙글빙글 내 발로 돌면서 봐야했다면, 가만히 서있어도 볼 수 있다.
사실 이 전망대보다도 이걸 보면서 엄마랑 대화하는 모든 순간이 웃기고 좋았다. 엄마는 전망대가 마음에 들었는지 내려갈 생각을 안했는데,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이라고 하면서 (우리 엄마는 찐 불교 신자다) 아이처럼 방방 좋아하는 엄마 모습을 보면서 나도 좋았다. 사실 직전에 여기서 뷔페를 먹었는데 그건 정말 별로였고, 기분이 그닥 좋지 않은 상태로 패키지에 포함된 전망대에 올라온 거였는데 여길 올라오자마자 마음이 싹 풀렸으니 말 다했음.
처음에는 전경에 감탄하다가, 이내 멋진 광경에 익숙해지자마자 퇴근시간 고속도로 상황을 보던 엄마는 저게 다 풀릴때까지 우린 못가겠다며 농담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오는 길에 방콕의 트래픽 잼에 너무 호되게 당해서 ㅋㅋㅋㅋ 아이고, 저기 저 길 풀리기 전까진 집 가긴 글렀다 하면서 한바탕 웃고.
그러다가 건물 위편을 바라보니 헬기장이 군데군데 보이는게 아닌가. 방콕 부자 애들은 헬기 몇대냐로 이야기한다던데? 급 생각난 나의 뇌피셜 일화에 시작된 꽁트. "너희 집은 헬기 몇대야?" "우리집은 한대밖에 없어.." "헉! 그럼 아빠가 출근하시면 엄마는 어떡해?" "그러니까 넘 속상해 ㅠㅠ" 수준급 연기는 고속도로를 내려다보며 마무리됐다. "와 얘네는 어떻게 땅으로 이동하지? 난 상상도 안 돼!" 그러고 또 깔깔 웃고.
7시를 넘어 8시를 향해 달려가니 야경이 더더욱 장관이었다. 그것도 잠시, 또 익숙해지니 시작된 시시콜콜 이야기. 이번에는 한쪽씩 줄무늬가 매력적인 세개의 건물이 주인공이다. "저 건물 세개는 희안하게 이어진것처럼 줄무늬가 왼쪽 오른쪽 번갈아 있네. 일부러 저렇게 지었겠지?" 오 신기하네, 멋지다! 하고 한참 구경하다가 꽁트의 발단은 엄마가 끊는다. "저 건물 주인 자식이 세명이겠다. 첫째는 처음 보이는 건물, 둘째는 두번째 보이는 건물, 막내는 마지막 너 해라~" 별것도 아닌 이야긴데 나는 그 이야기가 왜 그렇게 웃긴지. 배꼽을 잡고 깔깔 웃었다.
나중에 몇번 빙빙 돌면서 보다보니 별명도 지어줬다. "쓰리브라더스 빌딩" 일명 삼형제 빌딩이다. 진짜 이름은 아직까지도 모른다. 이름 하나 붙여줬을 뿐인데 어찌나 정감 가는지, 막주에는 다른 전망대에 한번 더 갔는데, 엄마가 "쓰리브라더스 빌딩은 잘있더나?" 하고 안부를 물을 정도였다. 사실 위치가 달랐는지 잘 안보였지만, 그래도 잘 있더라 말해줬다.
그리고 한층 밑인 83층에는 루프탑 바가 있다. 역시나 한물 간 전망대답게(?) 사람은 많이 없고 자리는 널널. 맥주는 병맥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9천원돈 했던 것 같다. 방콕 편의점 맥주가격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거지만. 그래도 기분내기엔 나쁘지 않다!
더 웃긴건, 우연히 앉은 자리가 쓰리브라더스 빌딩 존이었음 ㅎㅎ
8월의 방콕은 오후 6시 30분경이 일몰 시간이다. 낮의 시원한 전경, 경이로운 일몰, 이성적인 T의 마음도 몽글몽글해지는 야경까지 보고 싶다면 일몰 직전에 와서 즐기다 가는 걸 추천! 회전전망대 티켓만 따로 살수 있다면 그걸 가장 추천하고 싶은데,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우기일 경우에는 밤마다 비랑 뇌우가 자주 있을 수 있다는 거다. 그럼 그날은 못보고 다른 날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예 회전전망대가 오픈하지 않는다 ㅠㅠ 계속 서있어야 하는 점도 있어서 우리 엄마와 나 정도의 튼튼한 다리와 체력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지상철을 이용한다면 접근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엄청 고층이라 30도를 육박하는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엄청 시원했다. 또 약간은 한물 간 전망대라 사람도 적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마하나컨도 갔는데, 그거랑은 다른 의미로 넘 좋았다. 2인자라니까 서글퍼서 더 애정이 가는것도 있다(?)
만약 방콕에 가족들이랑 또 온다면, 쓰리브라더스 빌딩 잘 있나 봐야지! 그때까지 건재해 있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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