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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주니어를 위한 이직 길잡이

들어가며: 이별(이직)이 갑자기 마음속에 스쳤어

by 여유로운쿼카 2023. 7. 11.

보통은 이직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 이후로는 걷잡을 수 없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는 생각은 “연인과 헤어지고 싶다” 라는 생각과 결이 비슷한 것 같아요. 뾰족한 이유가 있을 때도 있고 단순히 마음이 닳아버렸을 때도 있죠. 순전히 회사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일수도 있고, 내 정신을 흔들 정도의 지독한 고통을 줘서일수도 있어요. 그런 점들이 하나둘씩 쌓여가다보면 우리는 결국 회사와의 이별을 고민하게 됩니다.

 

한번 이직에 대한 마음이 생기면 이전으로 돌아가긴 어려워요. 연인 관계랑 비슷하죠. (출처: Pexels)

 

연인과의 이별만큼, 아니 사실 연인은 내 생계와 대개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서 때문에 오히려 고민거리가 적을지도 몰라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한 취업 전선에 다시 뛰어들기란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에, 대개는 머리에 한번 스친 생각으로 바로 이직을 고민하지는 않습니다. 보통 내 몸과 마음을 흔들 정도가 된다면 퇴사를 고민하지, 이직을 고민하진 않죠.

 

이런 경우에는 퇴사가 답입니다. 이러다가 몸도 마음도 다 부러져요 (이미지 출처: 구글)

 

이직을 고민한다는 건 새로운 어딘가를 고민한다는 이야기에요. 지금 다니고 있는 곳의 어떤 부분이 참 마음에 들지 않는데 완전 그만둘 정도는 아닌 것이죠.

 

 

이직이란 무엇일까요? 

마치 철학자라도 된 것처럼, 이직을 준비하여 정말 수도 없이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이에요.  밤마다 '이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뜬눈으로 수도 없이 고민을 했답니다. 이직을 한 후에 돌이켜 봤을때, 직장을 옮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직장을 선택한다는 건, 내가 정말 원하는 가치를 찾아나가는 큰 여정이에요. 

 

어쩌면 어른이 되고 나서 내가 책임져야하는 첫 선택일수도 있어요. 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하지만 20살이 되기 전에는 온전히 내가 책임을 껴안고 선택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학창시절에는 내가 가게 될 곳을 내가 오롯이 혼자 분석해서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대개 성적에 따라 이미 학교가 정해지거나, 비슷한 2–3개의 선택지가 전부이기 때문이에요. 거기에는 지역, 성적, 선생님의 생각, 부모님의 생각 등 많은 요소들이 가미되기 때문에 온전히 내 선택이라 보기엔 어렵죠.

 

어떤 문을 열지 이제 내가 결정하는 거에요 (출처: Pixels)

 

하지만 직장은 어떤가요? 선택지도 참 많아요. 내가 갈 수 있는, 가고 싶은 회사들도 참 많고, 그 회사들이 요구하는 사항도 참 많아요. 어떤 업종, 직군, 지역, 고용 형태인지… 고려해야 하는 요소도 한두가지가 아니에요. 그 과정은 사뭇 다르고 차갑기까지 하죠. 그래서 다들 사회인으로서 취업 전선에 뛰어들며 세상의 고달픔을 느끼는지도 모릅니다.

대체 가능한 변수까지 생각하면 정말 무궁무진한 구직의 세계 (출처: 직접그림)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정말 온전히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볼 수 있어요. 스스로를 분석하고 결론내리기까지는 많은 고독함이 잇따르겠지만, 그 과정마저도 값진 것이죠.

 

 

왜 이직하고 싶은 지에 대한 이유를 명확히 하고 준비를 시작해야해요.

조금은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직하고 싶은 사유를 지독하게 파고들어갈 필요가 있어요. 장바구니에 담은 그 비싼 물건은 살지 말지, 왜 사야하는지 하루종일 고민하면서, “왜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파고들지 않나요? 그만두는 이유를 설정하는 것은 정말 중요해요. 나의 생계 수단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선택의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이에 대한 책임을 갖고 내 마음과 취향을 살뜰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 인생 설계를 위한 딥다이브! (출처: Pixels)

 

저는 일년에 두번 회사를 옮기면서, 도인이 된듯 스스로 마음을 바닥까지 파헤쳐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 과정에서 급하게 옮기느라 결정해버린 저의 실수를 인정해야했고, 바로잡기 위해 다시 준비해야했고, 또 도전해야 해야 했어요. 이러한 과정을 겪다보면 단순히 직장을 옮기는 것 이상, 오히려 자아성찰을 하게 되는 선물같은 시간임을 느낄 수 있었죠.

 

주니어를 위한 이직 경험에 대해 말해보고 싶었어요.

저의 업계에서의 경험은 고작 2년으로, 참 작고 애매한 시간이었어요. (대학원 석사를 유관 경험으로 2년 쳐 준다고 하더라도, 인터뷰어에게는 2년같은 4년처럼 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보통 이 시기에 이직 고민을 많이 하지만 주위에 함께 고민하는 친구나, 살벌한 경험이 있는 또래친구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이직 시장에서 살아남기를 조기교육했더라면.. (출처: 교보문고)

그래서 그런지 저는 요새 친구들의 전화를 종종 받기도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는거냐고. 회사를 다니면서 도대체 어떻게 이직을 두번이냐 했냐고. 연봉협상은 어떻게 했냐고. 사실 저도 혼자 준비하면서 정말 궁금했어요. 다들 어떻게 그렇게 똑똑하게 잘 하지? 유튜브도 찾아보고 블로그도 읽어보면 대단한 사람 뿐이에요. 그들을 보며 계속 동기부여하며 갈고 닦는 시간을 가졌죠.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의 첫번째 이직은 냅다 지원하기(이름하야 따발총 방식)로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성공은 했었어요. 하지만 말 그대로 '직장을 옮기는 일' 에만 성공을 한 거지, '자아실현을 위한 욕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죠. 얼마 가지않아 회사에서 몸도 마음도 똑같이 지쳐있었고, 숙고하는 과정이 완전히 빠져 있었음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두번째 이직은 오히려 아주 길게, 원하는 곳만 지원을 넣었어요(이름하야 스나이퍼 방식). 애초에 전체 이직 프로세스를 3개월을 보고 접근했고, 서두르지도 않았어요. 회사에서 일을 하되 최소 전력으로 효율적으로 일하고, 집에 돌아와 남은 힘을 "생각하는 데" 썼어요. 이게 사실은 이직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임을 또 깨달았죠.

 

그 결과, 제가 설정한 가치 우선순위와 가장 닮은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이 경험들을 녹여,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와 용기 그리고 작은 팁들을 드리려고 해요.

 

아주 신입도, 아주 시니어도 아닌, 주니어와 중니어 그 사이에 애매하게 끼어있는 사람들이 읽을만한 이직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답니다.

 

저의 한숨, 충혈된 눈으로 지샌 날들,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회사에 울분을 죽여가며 다녔던 날들이 모여 겨우 이뤄낸 합격 메일들을 보며, 이건 참 사람 할 짓이 못한다고 느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결심해서 이 글을 보는 사람이라면, 우선 결심한 당신은 참 멋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온갖 멘탈을 무장한 채로, 수련의 시간을 견딘 인간적으로 더 성숙한 ‘나’를 만날 수 있을 거에요.